손은심의 회화는 식탁 위의 과일과 꽃, 빛을 머금은 유리잔과 접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정물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관계와 기억, 그리고 정서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그의 화면은 무엇보다 색채의 언어로 가득하다. 강렬한 원색 대비와 패턴의 반복은 사물의 사실성을 해체하고, 감각적 리듬과 따뜻한 정서를 환기한다. 레몬의 노란빛은 햇살처럼 스며드는 온기를 상징하고, 꽃무늬와 줄무늬는 우리 사이의 따스한 마음을 닮았다.
작가는 식탁이라는 일상의 무대를 통해 너와 나의 시간이 ‘우리’로 이어지는 여정을 그려낸다.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차리는 자리가 아니라, 삶의 기쁨과 교감이 오가는 기억의 무대다. 그곳에서 함께한 순간들은 화려한 색채의 울림으로 되살아나 감상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손은심의 회화는 전통적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의 알레고리와 달리, 멈춤의 예고가 아닌 삶의 지속성과 관계의 온기를 이야기한다. 그의 색채는 시각적 쾌락을 넘어,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감각적 다리로 작동한다.
작가는 「너와 나, 우리」를 무대의 주제로 삼았다. 곧 ‘함께 있음’의 기록이다. 식탁은 타인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음식을 나누는 생활의 무대이자, 그 속에서 쌓이는 기억의 장치다. 그 기억을 원색의 힘으로 환기시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작고 확실한 위안을 제시한다.
/미술비평 이재수
[전시회 소개]
손은심 展
갤러리 루벤, 2025. 9. 17~ 23(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4, 1층 | T.02-738-0321)
손은심, 너와 나_45.5x45.5cm_Oil on canvas_2025
손은심, 너와 나_53.0x45.5cm_Oil on canvas_2025
손은심, 너와 나_40.9x24.2cm_Oil on canvas_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