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할멈 의자를 아시나요?

진실된 역사에 상상을 더하면 "왜곡"으로 가는 길

이재수 승인 2023.04.17 19:16 | 최종 수정 2023.04.18 04:03 의견 0

금암동에서 계룡역 가는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농소천 물이 내려오는 개울을 지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기 전 우측에 수변공원이 있다. 공원은 홈플러스 건너편, 선거관리위원회 건너편, 주공아파트까지 연결되어 상당히 넓다. 중간에 도심을 가로지르는 계룡대로가 있지만 합치면 계룡 시내에서는 가장 큰 공원이다.

홈플러스에서 계룡역 방향 공원 모퉁이에 나무의자 4대가 있다(사진). 이 의자는 2013년 ‘도시공원 예술로 공공미술 사업’ 조성시 설치됐다. 공원에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뭐 그리 대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공원조성시 의자 설치 의도를 알고 보면 실소가 나온다.

팥죽할멈 의자


의자에 이름이 있다. 마을 이름에 기원을 두고 '팥죽할멈 벤치'라고 붙였다.(이 글에서 ‘벤치’는 우리말로 ‘의자’라고 표기한다)

팥죽할멈 의자 안내판을 옮겼다.

팥죽할멈 의자 안내판


"두계라는 지명처럼 이 지역은 팥과 유래가 깊다. 태조 이성계가 새로운 도읍을 계룡으로 정하자 이 일대에는 신하와 군사, 그리고 도성건축에 기용된 인부로 가득 찼다. 당시 두계리는 궁궐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콩과 팥으로 죽을 끓여 팔았다. 팥죽거리와 팥죽다라는 이러한 역사를 담고 있다. 새벽부터 나와 뜨거운 죽을 팔던 할멈들이 아마도 이곳에서 한숨 돌리며 쉬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팥거리의 유래는 계룡시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팥죽할멈은 팥거리의 유래에 덧붙인 그야말로 상상의 스토리다.

역사적인 사건을 조명하는 드라마에서 흥미를 더하기 위해 상상의 이야기를 덧붙인 장면이 연상된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진실된 역사에 상상을 더하면 자칫 전체적인 역사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점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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