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록물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후대에 전하고 행정과 학술의 기초자료로 삼기 위한 사회적 자산이다. 2023년 10월 발간된 '계룡시지' 제1권 281쪽에는 엄사면 광석리 입구에서 운영되던 한 상점을 언급하며 “합판만 빼고 다 파는 만물상회였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과거 ‘합판상회’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에 대한 설명 중 일부이다.

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입구 합판상회를 설명하면서 "합판만 빼고는 다 파는 만물상회였다"
라는 표현이 있다. 계룡시지 제1권 281쪽

이 문장은 얼핏 지역 주민들의 친숙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공공기록물이라는 책의 성격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표현이다. ‘합판만 빼고 다 판다’는 말은 그 자체로 유머나 풍자에 가깝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일종의 입담이다. 문제는 이처럼 근거 없이 가게 상호를 희화화하거나 풍문을 사실처럼 서술하는 것이 기록물로서의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록물의 기본 원칙은 ‘객관성’, ‘정확성’, ‘공정성’이다. 특정한 상점이나 장소에 대해 과장되거나 장난기 섞인 묘사는 사실 왜곡의 위험뿐 아니라, 당사자나 후대 독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게다가 ‘말이 돌았다’, ‘그렇게 불렸다’는 표현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구술 정보를 공식 문서에 옮겨적을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누가, 언제, 어떤 근거로 말했는지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기록자의 추측이나 감상에 불과하다.

공공기록물을 집필하는 이는 단순한 글쓴이가 아니다. 그는 지역의 역사를 정리하고, 문화를 해석하며, 시민을 대신해 기록의 책임을 짊어진 사람이다. 따라서 감정적 수사를 자제하고, 모든 표현은 검증 가능하고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만일 주민들 사이에 그러한 풍문이 있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구전되었다”는 식으로 중립적 어투로 서술해야 한다.

『계룡시지』는 계룡시가 예산을 들여 제작한 공식기록이다. 공공의 기록은 개인의 창작이나 농담이 개입된 문장이 아니라, 누가 읽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처럼 기록자의 태도와 표현 하나하나가 기록물 전체의 신뢰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이 다시금 되새기길 바란다.